선택독성의 원인

선택독성(selective toxicity)은 독성물질과 생체 독성 발현 강도에 대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용어로서 화학물질의 독성에 영향을 주는 인자를 설명할 경우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용어이다. 즉, 어떤 화학물질이 한 생물종에는 높은 독성을 나타내지만 다른 생물종에는 현저하게 낮은 독성을 나타내거나 혹은 전혀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를 설명하는 용어로서 생태독성학 분야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농약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농약에 표적 생물(target organism)인 해충에게는 독성이 나타나야 하지만 사람을 포함한 다른 비표적 생물(non-target organism)에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 선택성을 가져야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 선택독성을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생체 크기 및 흡수율 차이

화학물질의 독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첫째로 중요한 것은 노출되는 생체의 크기이다. 여기서 독성물질을 이용하여 동물을 치사시키는 경우, 크기가 큰 포유동물은 크기가 작은 곤충에 비하여 훨씬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의 체중과 체표면적은 반비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동물일수록 단위 체중 당 체표면적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동물이 작을수록 단위체중당 체표면적의 비율은 커지게되며, 동물의 표면적(S)은 S(m²) = BW(kg)2/3 x 10 을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위의 계산식은 농약을 살포하여 해충과 같이 경제적으로 무익한 일부의 생물종을 선택적으로 치사시킬 경우에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농약은 야생 동물이나 가축, 그리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해충만을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계산식을 잘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생체 흡수율(특히 피부를 통한 흡수율)이다. 예를 들어,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정맥으로 투여할 경우에는 해충과 사람에 거의 같은 독성을 보이지만, 피부로 노출시킬 경우에는 해충에 대한 독성이 훨씬 커진다. 이는 해충의 경우는 체표면적/체중비가 훨씬 크다는 점과 해충의 외골격이 키틴질로 이루어져 사람의 피부보다 DDT에 대한 투과성이 훨씬 큰 특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동물의 피부는 껍질로 덮여 있어 독성물질에 대한 또 다른 보호막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농약(특히 지용성이고 생분해가 잘 되지 않는 염화탄화수소계 농약)을 무제한으로 살포해도 환경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농약을 사용하는 데 있어 발생되는 문제점에는 해충들 간에도 선택성이 매우 낮다는 점과 침출 과정을 거쳐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점,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하여 생물축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가 있다.

대사경로 차이

동물종에 따라 화학물질에 대한 대사 경로가 다르다는 사실 역시 선택독성을 보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례로서 sulfonamide의 선택독성을 이용하여 인체 내 병원성 그람음성균을 치사시키는 경우를 들 수가 있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 척추동물은 활동에 필요한 folic acid는 반드시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체내로 들어온 folic acid는 tetrahydrofolic acid로 전환되어 purine과 pyrimidine nucleotide의 합성에 중요한 조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람음성균은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folic acid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6-hydroxymethyl-78-dihydropteridine과 p-aminobenzoic acid를 이용하여 1차적으로 folic acid의 전구물질인 dihydropteroic acid를 합성한 다음 필요에 따라 folic acid로 전환시키게 된다. 여기서 sulfonamide는 p-aminobenzoic acid와 구조적으로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경쟁관계를 통하여 dihydropteroic acid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tetrahydrofolic acid 조인자의 고갈을 유도한다. 그 결과 세균들은 성장이 저해되어 죽게 된다. 물론 사람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련의 합성반응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sulfonamide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Sulfonamide는 사람에게도 독성을 나타내지만 이는 생화학적 합성을 방해하는 메커니즘과는 무관하며 단지 용해성이 낮은 관계로 소변을 통하여 배설될 경우 신장에 침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효소활성 차이

생물 종은 달라도 화학물질의 대사 경로의 일부는 같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는 다르다. 이와 관련하여 Burchall과 Hitchings는 서로 다른 동물종에서 추출한 dihydrofolate reductase를 대상으로 화학물질이 효소활성을 저해하는 정도를 비교 실험하여 발표한 바 있다.

실험 결과 포유동물의 효소는 이들 화학물질에 대하여 비교적 둔감한 편이지만 세균에서 분리한 효소의 경우는 trimethoprim에는 아주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Pyrimethamine은 세균에 대한 선택성은 없으나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생동물인 plasmodia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Trimethoprim의 경우는 세균감염에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왔다.

대사체계 차이

선택독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화학물질에 대한 대사체계의 차이를 들수가 있다. 예를 들면, 농약인 malathion은 P-450 에 의해 malaoxon으로 전환되어 acetylcholinesterase 효소를 억제한다.

이 농약을 경구로 랫드에 투여하면 집파리를 대상으로 피부로 노출시켰을 때보다 독성이 약 40배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포유동물이 malaoxon을 불활성화시킬 수 있는 효소인 esterase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해충도 역시 esterase를 가지고 있으나 포유동물보다는 활성이 훨씬 약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농약으로 합성된 pyrethroids의 경우에도 매우 흥미로운 선택독성을 관찰할 수 있다. 이 그룹에 속하는 화학물질들은 chrysanthemum 식물에서 분리한 pyrethrin이라는 물질을 기본 구조로 하여 합성한 물질로 해충에 대해 아주 뛰어난 선택독성을 보인다.

예를들어, 이 그룹에 속하는 permethrin은 LD50 값이 랫드가 사막에 서식하는 매미보다 1,400배나 크다는 사실을 들 수가 있는데, 이러한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pyrethoids의 독성은 온도가 떨어질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온혈동물보다 냉혈동물에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즉, 온도 의존성으로 인하여 해충에 대한 선택독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개념은 실험실에서 물고기를 이용한 pyrethroids 독성시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또 다른 독성 발현 메커니즘은 포유동물은 해충과는 달리 에스테르 결합을 분해하는 효소가 강력하여 pyrethroids를 빠르게 생물학적으로 불활성화 시킨다는 설명이다.